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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raviata" 무대디자이너의 글  -이학순-


지금까지 취급한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여러 번 디자인 접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본질의 접근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작품(텍스트)는 당연히 사실주의적인 공간을 토대로 하고 있다.

'Violetta'가 파티를 벌이는 “홀”, 교외의 저택, 또 파티장인 플로라의 집, 죽음을 맞이하는 'Violetta'의 집, 사실주의 공간과 작품이 갖는 내면적인 공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La Traviata" 디자인의 Point이다.

'Violetta'의 파티장, 여기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무도회의 파티석상에서 이 극의 줄거리인 'Violetta'와 'Alfredo'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사랑이 싹을 틔우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무도회장을 내포하는 시각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화려한 샹들리에, 촛불들, 호화로운 가구들, 음식, 술,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여기에서는 'Violetta'와 'Alfredo'의 사랑이 싹트는 공간이 필요하다. 화려함보다는 사랑의 보금자리로 치닫는 전조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도대체 무엇이 사랑에 대한 표현인가?

그것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의 공간이다. 공간은 싱싱한 풋과일 같은 공간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구조는 화려한 구조보다는 신선하고 싱싱한 구조가 채택되어져야 할 것이다. 싱싱한 건축구조, 각진 기둥보다는 원형적인 구조, 각진 벽면보다는 원형적인 벽면들, 화려한 샹들리에 보다는, 살아서 숨 쉬는 촛불들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Violetta’의 허망하고 외로움이 표현되는 구조여야 한다. 파티가 끝나고 쓸쓸한 외로움에 쌓여 ‘Alfredo’에 대한 감정에 휩싸일 때, 창문 밖에선 그의 음성이 들려오는 아늑하면서, 고독한 구조가 필요하다.

물론, 정답은 없다. 정답은 결국 관객 개개인과의 만남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2막 1장은 'Violetta'와 'Alfredo'만의 은밀한 공간이다.

외부의 눈을 피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해하는 그런 공간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불행을 예고하듯 'Alfredo'의 아버지인 'Germong'이 'Violetta'에게 찾아온다. 둘만의 사랑의 보금자리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Germong'은 아들인 'Alfredo'와의 헤어짐을 명령하고 'Violetta'는 절망감에 빠져든다.

어떤 표현으로 이러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대변 할 수 있을까?

평화롭고 사랑스런 공간에서 황량한 들판과 같은 공간의 전이가 필요하다. 보호받는 새장과 같은 공간에서 허허벌판의 들꽃과 같은 상황으로 전개되는 'Violetta'의 심정을 대변하는 무대여야 할 것이다.


Alfredo의 곁을 떠나 다시 파리의 사교계로 돌아온 'Violetta'!

파티가 열리는 플로라의 거실인 2막 2장, 'Violetta'에 대한 오해를 품은 'Alfredo'가 이 파티장에 나타나면서 정열적인 파티장은 얼어붙는다.

파티장이 보여주는 핵심은 무엇일까?


정열적인 투우사의 합창이 불려지며 화려한 무희들의 춤이 보여지는 파티장엔 무엇이 필요한가? 그 필요한 요소들은 드라마로 어떻게 발전시키며 변화할 것인가?

술과 도박이 벌어지는 밤의 세계에서 'Alfredo'에 의해 처절하게 수모를 당하는 'Violetta'의 심정과 상반되는 그런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화려함 보다는 찢겨지고, 무너질 듯한 구조가 필요할 것이다.

험악한 상황이 정리되는 'Germong'의 등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위엄적이고 근엄한 아버지의 등장을 연출하는 리듬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문을 통한 등장보다는 리듬적인 등장이 필요할 것이다. 'Alfredo'를 나무라며 아들을 인도하는 강직한 수직구도의 리듬을 요구한다.


3막

'Violetta'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Alfredo'와 화합을 하기도 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서 죽음과 사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 몸은 비록 병들어 죽음으로 향하지만 정신적인 화합을 하는 'Violetta'의 마음을 대변하는 무대장치가 필요하다.

화려한 환락가의 주인공에서 가냘픈 여인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런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공간이 필요하다. 병든 ‘Violetta’가 밖의 세상을 (‘Carnevalle’가 열리는)동경하며 창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창문은 필요하지 않다. 화려한 ‘Carnevalle’의 실루엣이 보여지는 배경이 더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배경과 ‘Violetta’를 아늑하게 감싸주며 마치 ‘Alfredo’가 감싸주듯이 편안한 삶의 마감을 정리하는 듯한 안정된, 바로크적인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관객들 눈 속의 눈물방울에 비추어 살아 숨쉬는 그런 'Violetta'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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