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공연되어지는 "Rigoletto"의 무대 공간은 종종 전통적인 무대에서 탈피하여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해석, 공연되어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맨하탄의 거리를 무대배경으로 공작을 마피아로 둔갑시키거나 공작을 배의 선장으로 묘사하여 무대를 갑판위로 설정한다던지, 동양판 "Rigoletto"를 표현한 아시아의 한 항구도시라던지 하는 등등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정확히 16세기의 만토바의 무대공간은 아니지만, 전통을 고수하되 작품의 심리적인 묘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하였다.
"Rigoletto"의 무대공간은 이중적인 구조로 이루어졌다고 볼수있다. 리골레토 자신의 성격은 삐뚤어진 광대의 삶과, 외부로부터 자신의 딸을 지키려하는 이면적인 삶의 구조이고, 권력자인 공작은 순간적인 사랑을 갈구하며 쾌락을 즐기는 정치가와는 모순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저주를 퍼붓는 몬테로네 백작과 리골레토, 그 저주를 돈으로 해결해주는 스파라푸칠레,공작에게 반해서 오빠인 스파라푸칠레를 방해하는 막달레나, 죽음을 향해 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질다 등, 모든 인물의 성격에 그 양면성이 철저히 배어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성격을 이번 무대장치 스타일의 출발점으로 삼고, 사실적인 건축구조와 회화성을 대립시켜 보았다.
사실적인 구조또한 왜곡된 성격구조를 표현한다. 다만 질다의 공간만은 정상적인 건축구조를 형성하였는데 물론 질다의 성격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녀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반영하고자 하는 디자인적 이유에서이다.
공작의 공간은 두 개의 공간으로 분류될 것이다. 밤의 세계로 대변되는 1막1장의 공간은 화려한 쾌락의 공간이지만 직선적인 남성적 권력구조를 상징하였고, 돔으로 형성된 배경구조가 직선적 건축구조와 부딪히면서, 권력과 환락의 양면적 구조를 보여줄 것이로 기대한다. 질다가 공작에게 겁탈당하고, 아버지 리골레토와 대면하는 2막의 장면은 "Rigoletto"의 백미에 해당하겠다. 두 부녀의 발가벗겨진 모습에서 서로는 절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건축구조가 거꾸로 쳐박힌 듯한 형태가 가히 부녀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을까? 뒤집힐 듯한 커다란 권력구조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당한 공간의 표현이다.
3막의 스파라푸칠레의 선술집 또한 사실적 구조에 기초한 건축구조와 자연의 이미지를 배경에 대립시켜 보았다. 물의 이미지를 희생과 연계지으려는 동양적인 감각적 발상이다.
선술집 내부와 외부에서 불려지는 그 유명한 4중창이 보다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무대장치를 가능한 객석 가까이 배치했다. 선술집 문을 열며 공작을 대신해 칼을 받아들이는 질다의 희생 정신을 빛을 통해 승화시키고, 우리들 마음 속에 리골레토의 고통이 메아리칠 지 기대해 본다.